2009년 여름의 어느 날, 소위 피겨 팬들 사이에서 고수 내공급인 사람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 국내 경기에 1000명 관중이 드는 날이 오기는 올까? 그게 우리들의 목표다. 아니 500명이라도...
물론 당시는 이제 국내에서 경기할 일이 없어 보이는 김연아 선수였기에 김연아 선수 외의 선수만으로 1000명은 정말 요원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네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략 여자 프리 경기 때면 300~400 정도 쇼트는 그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그나마 그 2009년 보다는 많이 는 겁니다.
그런데 역시 김연아 선수가 나온다니까 4천 석이 10분 안에 이틀치가 다 매진됩니다.
이 사진...분명 록산느의 탱고 사진인데 배경이 우리 나라입니다. 네 2006 내셔널,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내셔널 경기했을 때의 사진입니다.
이 때 관중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저도 가 보지 못했으므로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이 영상에서 보이는 관중석은 일반 관중석(출전 선수 부모 포함)이 거의 보이지 않고 피겨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조금 잡힙니다. 아마 고작 수십 명 정도였을 겁니다.
사실 이보다 더 부끄러운 기록이 있습니다.
1994년 올림픽에 우리 나라 대표로 출전했던 선수는 Lily 윤정 Lee, 재미 교포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가 올림픽 선발전을 치르러 한국에 왔을 때 같이 내한했던 미국 코치가 미국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코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올림픽 대표 선발전인데 선수도 몇 없지만 놀란 건 관중 중 선수 부모와 코치를 빼니 딱 세 명이었다. 놀랍다.
그 1994년 미국 언론이 미국인들에게 "당신은 피겨 팬입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54%가 그렇다고 답했었다니 그들이 바라본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피겨는 과연 어땠을까요?
물론 당시 이윤정 선수는 원래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에서 훈련받고 미국 내셔널 예선에 출전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18세 때 한국 선수로 월드에 출전하기 시작했었지요. 그 이윤정 선수가 제가 미국 있던 10년 동안 유일하게 미국 TV에서 보여주었던 한국 선수였습니다. 당시도 Lily Lee라고 해서 교포구나 했었지요. 2년 전 어렵게 이메일 연락이 닿았고 그래서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쌍둥이를 막 출산했고 (남편은 치과 의사, 이름상 캐나다 혹은 프랑스 계) 그래서 이메일 계정을 정리한다 하고는 답이 없었습니다.
그 순수 관중 3명이던 시절에서 수십 명과 수백 명을 거쳐 이제 4천 명 시대....
김연아 선수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7년 전, 그 마지막 내셔널 경기 프리 Papa Can You Hear Me.....
여러분 들리십니까? 여러분이 다 저 Papa입니다.
출전 여자 선수 다 합해야 열 명 남짓이던 이 때로부터 7년.....
노비스는 3.5대 1의 경쟁을 거쳐 20명만 골라 뽑았음에도 여자 76 남자 18명이 참가하는 대회가 된 대한민국 내셔널...
사상 최초의 유료 경기, 그리고도 표 한 장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수많은 팬들....
한 사람이 영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렇게 큽니다.
물론, 어느 분야나 선구자에겐 외로움과 무지에서 비롯된 질시와 오해가 뒤따릅니다. 우리가 모두 알듯이 김연아 선수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김연아 선수의 빛나는 성과와 함께 스케이트를 신기 시작한 선수들이 이제 내셔널에 속속 등장합니다. 이미 그 후배들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따 옵니다, 동메달, 은메달, 그리고 금메달도 따 냈습니다.
이번 내셔널 출전 최연소 선수는 노비스 부문의 초등학교 3학년 임은수 선수. 2003년 생일 것이고 김연아 선수가 트리글라브 트로피 우승(노비스)한 것이 2002년이니....
주니어 월드 우승(2006)을 기준으로 본다 해도 2000년 생 정도인 선수들은 아마도 김연아라는 이름을 아는 채로 스케이트를 신었을 것 같습니다. 그 2000년 생 선수 중에 이미 피겨 팬들에게 잘 알려진 최다빈 선수도 있지요. 이번에 시니어에서 김연아 선수와 한 무대에서 경기를 합니다. 조희수, 김나현, 김세나 등 여러 중1 시니어 출전 선수들이 이런 밀레니엄 연아 키즈들입니다. 이들이 이제 시니어까지 왔습니다.
1978년 1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차범근 선수는 그 커리어의 마지막에 한국이 월드컵 진출을 하는 것을 목도하고 그 월드컵에 참여합니다. 그 뒤 은퇴하고 처음 떠날 때의 약속대로 유소년 축구 교실을 열고 자신의 아들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도 보게 됩니다. 그 차범근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운 후배들이 자라나 1986 월드컵 이후 우리는 단골손님이었고 4강에도 올랐고 올림픽 동메달도 땄습니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박찬호 선수는 얼마 전 은퇴했지만 그가 있었기에 그간 여러 선수들이 메이저 리그를 경험했고 그런 꿈을 가질 수 있었고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를 할 때 만 7살이던 류현진 선수가 수백억의 돈을 받으며 메이저리그로 갔습니다. 그 동안 야구 관중은 엄청나게 늘어났지요. 뿐만 아니라 당시 제가 미국에 있었는데 박찬호 선수가 나오는 날, 코리아 타운은 모두가 야구 팬이 되었습니다. 그 LA 코리아타운은 당시 박찬호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한 분야의 선구자적 영웅의 발자취가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그 선구자의 행보를 보고 뒤따르는 후매들이 그 분야든 아니든 큰 꿈을 갖고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고작 운동 선수가 영웅이냐 말하지 마십시오.
그럼 당신에게는 누가 영웅입니까?
그 수없이 욕먹는 정치인들이 당신의 영웅입니까? 왜요? 권력을 가져서? 뭔가를 나눠줘서?
후진적 사회에는 그런 뭔가 가진 사람들이 영웅일 수 있습니다. 다들 배고픈 나라에서는 통통한 몸매가 부러워서 그런 사람들이 모델이기도 하고 미인이기도 하고 그렇다고들 합니다.
지금 우리 정도 되는 사회에서의 영웅은 어린 세대에게 꿈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다시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많은 어린이들이 나도 커서 그렇게 성공하고 그렇게 사회에 공헌하겠다 결심하고, 그래서 그 영웅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공부하고 배워서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밝게 이끌고 "노력하니 되더라"의 살아있는 예가 되어 이끌어줍니다. 또한 삶의 가치가 그저 지필고사 점수와 주머니 속 지폐의 다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뜻이, 더 높은 뜻이 성취한 후의 사회 공헌임을 알려 줍니다.
김연아 선수는 그런 영웅들 중 아마 가장 어린 사람일 겁니다. 현재까지는....
저는 김연아 선수가 무슨 성모 마리아 수준의 성체로 태어나 대한민국을 밝히는 무결한 사람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꿈을 갖고 좋아하는 것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켰고 요령이 아니라 기본을 먼저 하고 충실히 하는 생활을 했으며 커다란 성취를 이룬 후에는 사회에 자신의 몫을 나누어 준 사람이라 알고 있고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에게 놀라운 것은 천재적인 기술이나 타고 난 용모가 아니라 시니어에 와서도 끊임없이 발전한 것, 그것이 세계 피겨사에 드문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연아는 천재가 아니다"라는 글도 썼더랬습니다. 그저 누가 좀 잘하면 "신동"이니까 이러고 마는 언론이 싫어서 더 그렇게 썼습니다.
다행히 제 블로그가 4년 정도 되면서 그간 소개한 많은 세계의 어린 재능들이 자라면서 겪는 여러 고난을 제 독자들이 보고 느끼고 이제는 이해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김연아의 진짜 놀라운 무기는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이라는 것을....
그런 김연아 선수가 있었기에 수십 명의 관중들이 이제 수백 명까지 왔다가 다시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면서 수천 명이 되었습니다.
이제 김연아 선수는 그녀의 말처럼 14개월 후면 경쟁 대회를 내려놓습니다.
우리 그렇게 기립박수로 김연아 선수를 놓아줍시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가 평창 올림픽 유치 때 한 연설의 일부에서도 말했듯이 그 "인적 유산"을 우리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제 100명에 육박하는 내셔널 출전자들...그리고 그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도 다른 백여 명의 어린 선수들...
그들은 우리는 이제 1000명 국내 대회 관중으로 보답하고 키워내야 합니다.
우리는 또 김연아 선수를 통해 알게 된 문화 스포츠 피겨 스케이팅의 긍정적 측면을 사랑해야 합니다.
120년 역사의 세계 피겨 스케이팅의 스타들은 모두가 그 사회의 보석이 되었고 그 사회의 긍정의 문화, 나눔의 문화에 표상이 되어 왔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지금까지 정말 놀라울만치 그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대영웅들의 삶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 가고 있는데 이것은 김연아 선수의 기술적, 예술적 성취보다 실은 더 저를 놀라게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겸손함, 그리고 사회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공헌.....
그런 그녀를 보며 수많은 나이만은 더 어른인 사람들이 놀라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14개월, 김연아 선수의 선수로서의 시간표는 그렇게 짜여져 있고 그 여정의 첫 발을 지난 달의 NRW에서 뗀 후 이제 우리 링크에서 두번 째 도약을 하려 합니다.
일본의 누군가를 내세워 클릭이나 유도하는 불쌍한 기자들...그 손 멈추시게....그 시간에 피겨를 배우시게.
여유 표 몇 장 있다고 온라인의 특성을 이용해 몇만 원을 더 벌려는 사람들, 혹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하는 사람들...그렇게 살아서 행복해진다면 그리 사시게..허나 부끄러운 줄은 아시게나...
우리는 우리들의 영웅을 배우려 한다네....
그래서 이제 어쩌면 국내 마지막 경기가 될 내일과 모레 경기에 가든 못 가든 우리의 영웅이 마음 편히 최선의 경기를 보일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네....
그래서 경기 중에는 침도 함부로 삼키지 않을 거네....집중해야 하니까.
그래서 소리는 마음 속으로만 지를 거네. 다들 나와 똑같은 마음일테니까...
그래서 플래쉬는 터뜨리지 않을 거네. 그건 우리가 그런 경기를 관람할 자격이 안된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그 영웅의 인사를 기립으로 그리고 그 2분 40초, 4분 10초를 참아 왔던 열정을 폭발시켜 박수칠거네.
그리고 우리들의 영웅과 같이 경기하는 그 모든 어린 후배들과 연아 키즈를 응원할거네....내일도 모레도 또 앞으로도...
하늘의 선물 김연아 선수는 이제 우리와 이별을 준비하지만....
그 선물이 이끌어 온 또 다른 선물은 우리가 같이 키워낼거네....
그 영웅이 사랑한 스포츠 피겨를 우린 사랑할거네.....
그것이 우리들의 영웅 하늘의 선물 김연아 선수에게 진 우리들의 빚을 갚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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